미국과 중국은 본질적으로 무엇 때문에 저렇게 심각한 갈등을 보이는 걸까. 어떻게 중국 과학기술은 최근 10여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을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언제쯤 끝이 날까. 그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러한 물음에 어느 정도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 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최고 국제 에너지 전문가인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최근 ‘가난한 미국, 부유한 중국 : 미중 희토류 패권과 21세기 경제안보 전략’(출판사 라의눈) 저서를 출간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파헤쳐 보면 핵심적으로 희토류 확보전이 있다는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다른 연구들과 달리 미중 세력경쟁을 첨단산업과 그 원재료로서의 희토류(rare earth elements)와 희소금속(rare metal) 쟁탈전의 시각에서 살펴본다”며 “제목은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경제질서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즉, ‘가난한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21세기 첨단산업 체계와 희토류,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흑연 등 핵심광물 원자재 공급 기반이 결여된 미국의 현 상황을 나타낸다. 반면 ‘부유한 중국’은 해당 첨단산업과 핵심광물 원자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향후 세력경쟁 결과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산업을 누가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 싸움은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지배하는 국가가 승리하고 미래까지 지배할 것으로 관측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세계정세 방향으로 ‘미국이 계속 가난할 것인가’를 꼽았다. 소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 바이든 정부는 첨단산업 제조 능력 따라잡기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다양한 경제안보 수단들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이 월등하게 앞서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 3사와 합작으로 미국 내에 40여개의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등 빠르게 중국과의 갭을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미국의 가장 큰 장애물은 희토류와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희소금속 원자재 확보이다. 중국이 거의 모든 배터리 원자재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내 희토류 광산 개발과 가공 영구자석 제조까지 독립적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하얀석유로 불리는 리튬 광산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개발을 앞두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독점에서 벗어나 자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가 21세기 세계경제와 국제정치 질서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셰일혁명이 세계 에너지시장에 미칠 파장을 일찍이 파악하고 면밀히 분석해 국내에 알리면서 에너지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원인과 전망, 그리고 이 사태가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 등을 언론 등에 기고하면서 국내 최고 국제 에너지 분야 학자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2017~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자원개발 혁신TF 가스분과 위원과 에너지개발전문위원회 위원을 맡았다.